나와 율동공원의 나목(裸木)

코로나 등지고 동네 한 바퀴
김옥정 복지정보통신원 필자에게 메일보내기 | 입력시간 : 2022/02/16 [10:04]

올 설날은 참 한가롭다

시부모님께서 돌아가셔서 고향을 가지 않고 차례를 우리집에서 지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코로나로 친척들이 모이지 않아 간단하게 즐겨 먹는 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리고 나니 항상 북적거리던 고향집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조용했다.

 

성남복지e음

   

마침 아침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길래 집에서 가까운 율동공원 뒷산을 산책하기로 했다. 율동공원 매점을 끼고 뒤쪽으로 접어들어 계단을 오르면 야트막한 등산로가 나온다.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햇빛을 다 가려주는 이 길은 산책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성남복지e음

   

나이들어 등산하기에는 무리이고 걷기에는 조금 심심한 분들에게는 최적의 등산로가 아닌가 싶다. 나 또한 등산을 하기에는 무릎에 무리가 되어 산을 가지 못하다가 친구가 알려주어 즐겨 찾는 나만의 힐링장소이다.

 

성남복지e음

 ▲ 화가 박수근의 작품에 나오는 '나목'

 

얼마 전 코로나로 한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오랜만에 덕수궁 앞에서 만났다. 마침 화가 박수근 님의 전시회가 덕수궁 내에서 전시 중이어서 관람하게 되었는데 전시회 제목이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이였다. 전시회 관람 후 나목(裸木) 이라는 글귀가 가슴에 와 닿아 친구랑 한참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우리가 나목이 아닌가?’라며 서로에를 위로해준 적이 있었다.

 

전시회를 다녀온 후 율동공원 뒷산을 오를때마다 낙엽이 다 떨어진 나목들을 보면서 자식에게 이웃에게 모든 것을 다 내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때로는 나무들이 외롭게 보이다가도 바닥에 떨어진 무수한 낙엽들이 자양분이 되어 다시 힘을 내어 내년을 기다리는 늙은 나무들에 대해 혼자서 이래저래 감정을 실어보면서 산책을 하곤 했다.

 

그 길을 설날 아침에 눈이 소복이 쌓인 산을 걸으니 포근함과 함께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참 좋았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 아니라 이미 봄을 품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 설레었다.

 

성남복지e음

  

60즈음에 마주한 나목, 그리고 나

나이 듦이 주는 축복을 자연에서 배우게 되는 이 시간이 참 감사하다. 주변 어디든 마음으로 걷다 보면 모두가 의미있고 귀하게 보였다. 코로나로 오고 감이 자유롭지 못한 요즘에는 동네 한바퀴라도 돌아보자. 

 

○취재: 성남시복지정보통신원 김옥정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출처표시, 상업적 이용금지, 변경금지) 성남복지이음이 창작한 '나와 율동공원의 나목(裸木) ' 저작물은 '공공누리 4유형(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는 담당자와 사전에 협의한 이후에 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페이지의 내용과 사용 편의성에 대해 만족하십니까?

자동 입력 방지 CAPTCHA